예술 관광의 시작
‘빌라 오티움(villa otium)’이라는 개념에서 ‘villa’는 정원을 갖춘 별장을 의미하며, 이후 현대에 이르러 하나의 주거 형태이자 휴식 공간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otium’이라는 개념은 점차 잊혀졌습니다. ‘Otium’은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사용된 개념으로,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즉 스스로를 인식하는 여유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러한 별장에서는 사냥이나 온천욕, 식사와 휴식 같은 활동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삶을 멈추게 하는 ‘정지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로마의 복잡한 장부와 정치, 도시의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철학과 예술에 깊이 몰입하며 사유했습니다. 분수와 대리석 조각상, 그리고 덩굴식물이 어우러진 정원에서 독서하고 글을 쓰며, 때로는 연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대한 사상과 작품들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빌라 오티움’은 인간이 이상적으로 상상한 세계관을 구현한 공간이자, 지적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위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했습니다.

휴식은 단순히 쉬는 것뿐만 아니라 영혼을 양육하는 것입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
동아시아의 귀족과 문인들이 산장(山莊)과 임원(林園)을 조성한 목적 역시 단순히 ‘한가로이 노니는 삶’, 이른바 나태한 은일에 머무르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오히려 성현들이 자신을 겸손하게 낮춰 표현하던 일종의 풍자적 자기 서술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별서 공간은 학문을 탐구하고 예술을 창작하며 사유를 이어가는 장소였습니다. 앞마당에 떨어지는 매화 한 잎의 소리를 듣고, 뒷마당에 흩날리는 벚꽃의 낙화를 바라보는 감각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실내에는 수묵화가 걸려 있고, 처마 아래에는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 신수가 자리하며, 정원에는 세월의 결을 품은 노송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로 가야금 혹은 고토의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며, 공간 전체를 고요한 사유의 장으로 이끕니다.
17~19세기 유럽 상류층에게 예술과 결합된 여행은 교육 과정의 필수적인 일부였습니다. 영국과 북유럽 귀족 가문의 자제들은 성인이 되는 시기에 이르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을 순회하는 장대한 여행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유럽의 이른바 ‘문화 수도’들을 방문하며 예술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교양과 세계관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 관광’의 흐름은 유럽 전역에 그랜드 호텔의 탄생과 확산을 이끌었고, 이후 그 영향은 아시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베네치아, 피렌체, 파리에서 시작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호텔은 더 이상 단순히 머무는 공간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회화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 공간이 마련되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천장화와 부조 장식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예술적 공간으로 확장되어 갔습니다. 이러한 호텔들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문화적 거점이자, 여행자들이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예술과 일상, 그리고 도시의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예술 여행의 중간 지점’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움으로 시작하여 치유로 끝나는 여정들이 있습니다. (인터컨티넨탈 다낭 선 페닌슐라 리조트 호텔)
페닌슐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예술적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 홍콩에 위치한 페닌슐라 호텔은 그 상징적인 존재로 꼽힙니다. 1928년에 문을 연 이 호텔은 ‘극동의 귀부인’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유물과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1박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페닌슐라는 홍콩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여전히 특별히 선호되는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오텔 데 아카데미 에 데자르가 한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나 쓰구하루 후지타와 같은 유명 예술가들이 머물던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객실이 20개에 불과한 이 호텔은 마치 고전적인 화실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현대 미술 전시가 종종 열리는 예술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예술로 치유되는 시간
예술과 결합된 휴양은 새롭게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휴양이 지닌 가장 본질적인 원형에 가깝습니다. 로마인들은 이미 그렇게 이해했고, 고대의 한국·중국·일본 역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아름다움 속에 몸을 맡기고, 추상적인 이야기와 감각의 울림에 자신을 열어둘 때, 마음과 몸은 단순히 ‘치유되는 것’을 넘어 서서히 확장되고 성숙해 갑니다.
우리가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결국 잃어버렸던 개인의 감각을 되찾고, 외부의 자극이나 광고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감정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 진짜 감정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예술은 바로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예술이 리조트 경험의 일부가 될 때. (사진: 카펠라 하노이 호텔)
예술을 기반으로 설계된 리조트는 이제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시각 예술 작품과 건축 양식이 공존하는 하나의 ‘생활형 미술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주 작은 형태로, 한 주인의 세심한 감각이 담긴 와비사비 스타일의 홈스테이처럼 조용히 존재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때로는 거대한 스케일로 확장되어 한 건축가의 미학과 이야기 서사가 집약된 리조트로 구현되기도 합니다. 빌 벤슬리와 같은 건축가는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디테일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아 공간을 설계하며 ‘아름다움을 수집하고 서사로 엮어내는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하노이 중심부의 럭셔리 호텔 카펠라 하노이에서 오페라 황금기의 화려한 세계로 여행자를 이끌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JW 메리어트 푸꾸옥에서 19세기 가상의 귀족 대학생이 되어 세계 각지의 유물을 접하는 상상 속 캠퍼스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건축가 빌 벤슬리는 예술에 대한 집요할 정도의 열정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베트남에만도 4곳 이상의 ‘예술 기반 리조트’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과거 수 세기 전과 달리,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귀족이 아니어도 그랜드 호텔이나 ‘빌라 오티움(villa otium)’이 구현한 예술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모든 여행은 이제 단 하루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중 반나절은 재정과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고, 나머지 반나절은 단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는 데 쓰입니다. “지금의 나는,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아름다움이 필요한 사람인가?”